어느 날 갑자기 평소에 관심도 없던 스피커에 꽂혀서 사장님과 20여분 통화를 하고 며칠 뒤에 같은걸로 두 개 구매했습니다

하나는 집에 있는 블루스주니어 클론 20와트 오픈백 콤보에, 하나는 미니렉티+몇 년 전에 중고거래하다가 부록으로 받은 DIY 원목 클로즈드 캐비넷에 달아서 쳐봤습니다

이 자작 캐비넷이 지금까지는 돈 주고 사자니 아깝고 마침 있으니까 쓴다는 느낌으로 직밴에서 가요 정도는 무난하게 빠지길래

딱히 불만도 없었고 엄청 무거운데 목재는 뭔지 스피커가 피베이 캐비넷에 달려있던 80와트 짜리라던데 이게 정체가 뭔지 전혀 신경도 안썼는데

직밴을 관두고 마음맞는 친구들하고 밴드꾸려서 시끄러운 음악을 하다보니 솔로는 날리고 백킹은 딱딱하고 심장을 뻥뻥 때려주는 맛도 없어서

캐비넷을 따로 사야하나 어쩌나 고민하다가 유튜브 좀 둘러보니까 비교 영상들이 꽤 있고 스피커 하나 바꿔도 톤이 확확 바뀌는게 이거다 싶었습니다

그리고 뭐 사던 안사던 궁금한건 못 참으니까 상담이나 받아보자 하고 전화를 걸어서 추상적일 수 밖에 없는 이상적인 톤 설명을 사장님한테 장황하게 설명했습니다

애초에 제 귀엔 크림백이 밸런스가 가장 좋게 들리는 것 같아 다른 스피커보다는 크림백으로 65와트냐 75와트냐 선택 문제였는데

사장님께서 65와트는 어디에 달아도 어울리고 75와트는 하이가 더 부각되기 때문에 보통 클로즈드백에 더 어울리겠지만 이 것도 정답은 아니다라고 말씀하셨고

제 취향은 스쿱된 소리를 완전 혐오하는데다가 하이가 쉑쉑거려도 안되고 베이스가 붕붕거려도 안되며

리드톤이 싼타나 게리무어 인스트루멘탈이나 퓨젼음악처럼 타이트하게 쫀쫀하게 짝짝붙게 나와야 되는거라 주저없이 미들이 좋다는 65와트로 결정했습니다

캐비넷에는 클로즈드니까 더 생동감있는 75와트를 달아줄까 잠깐 생각하다가 그간 트레블 이큐와 프레즌스를 7~9시로 누르고 써왔기 때문에

이 65와트도 미니렉티와 궁합이 꽤 맞을 것 같다고 판단했습니다

콤보는 집이 아파트라 음압은 포기하고 최대한 잘 들릴 정도만 음량을 맞췄고 합주실에 있는 캐비넷은 서너시간 남짓 들어봤는데

양쪽 공통점은 클린이 더 풍부하고 웻하게 들립니다 드라이브는 이름마냥 부드럽게 컴프레스 됩니다 콤보 앰프는 멀리서 개가 짖는 듯한 소리, 찢어지는 소리 이제 안납니다

이게 컴프레스라고 해야하나... 편하게 이야기하면 소리가 날리는 느낌이 없습니다 비록 큰 음량은 아니였지만 오픈백에서도 날뛰지 않게 중심을 잘 잡아줍니다

미니렉티는 이큐 값이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억누르고 쓰던 트레블과 프레즌스가 12시를 기준으로 좌우되는, 일반적으로 봤을때 정상적인 방향으로 잡혔습니다

얼터 스트로크로 파워코드를 몇 개 쳐보니 청컹철컹 하모닉스가 걸리고 음압이 낭심과 오장육부를 살짝살짝 건드립니다

아직 에이징도 전혀 안되어 있고 기타도 메인이 아닌 물건을 가져가서 그런건지 드라이브 백킹이 좀 딱딱하다는 인상이 있었는데 이 기타는 원래 전에도 그랬습니다

픽업 탓이 좀 큰 것 같습니다 제가 원래 마호가니 바디를 선호하는데 써기타가 미들이 약한 스트랫 타입에 앨더바디고 순정 픽업은 그냥 쓰기엔 소리가 너무 얇아서

멋대로 던컨 TB11 커스텀커스텀을 달아줬는데 얘도 알니코2에 미들이 엄청 부각되는 아이라 JB에 비해서 리드는 깔끔하고 아름답지만 백킹이 약하다는 평이 있는편이고

거기에 커버드 타입이라 중저음+중저음으로 고음은 떡 지는것 같습니다 정확히는 떡 진다기보다 메탈 유행하기 바로 전 시절의 강한 드라이브소리가 나는 것 같네요

쫌 메사부기 마크2 같은 백킹 소리입니다 해도 아직 속단할 수 없는게 솔로톤이 아주 명확하게 잘 들립니다 안들려서 스피커 바꾼겁니다

기타 셋팅 자체가 제 귀에 듣기 편하게 앞에 말씀드린 인스트루멘탈용 그런 쪽으로 잡혀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거 할 줄도 모르는데...ㅋ

얘로는 시원한 맛을 못봤으니 다음 합주땐 레스폴 들고 가서 확안해 봐야겠습니다

그리고 사장님 작은거 하나하나 신경 많이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전화통화나 손편지 문자메세지 하나하나 일을 정말 사랑하시는게 느껴지는데 분명 하늘이 도울실껍니다

건강하시고 대박나세요~